[10.15 부동산대책] 정부, 보유세 강화 예고… 부동산 세제 합리화

특정지역 수요 쏠림 현상 완화
차등 세율 적용 논의 등 시사

정부가 15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고가주택 대출 규제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세제 개편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던 정부가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이날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는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침’이 포함됐다. 세제 합리화의 구체적 조항으로는 보유세와 거래세 조정이 명시됐다. 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를 올리고 대신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15일 서울역 대합실 텔레비전에 관련 뉴스가 나오는 것을 시민들이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또한 특정 지역에 수요가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도 함께 언급됐다. 이는 규제 지역 내 부동산 보유·거래세 중과를 포함한 차등 세율 적용이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한 채만 보유한 이들을 그대로 놔두고서는 집값 안정이 쉽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이러한 세제 개편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출 규제 강화와 공급 확대 등 비세제 정책에 집중해왔지만 이번에는 세제 카드까지 테이블에 올리며 정책 강도를 높였다. 이는 과거 세제 개편이 집값 안정 효과보다 역풍을 초래했던 전 정부의 사례를 의식한 신중한 태도에서 벗어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한강벨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낼 필요성이 커졌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에서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취임 직후부터 ‘보유세 강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병철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국민 주거 안정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정책 수단은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세제는 가급적 최후의 수단이며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세제를 활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개편 방향과 시기, 순서는 시장 영향과 과세 형평성을 고려해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윤철 부총리도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세제 정책을 배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구체적인 세제 개편안을 명시하지 않은 배경에 내년 지방선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 한강벨트 지역의 민심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 평론가는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것 만큼이나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 문제 역시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집값 안정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괜히 세제 개편 문제를 건드려봤자 여론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제 개편은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쨌든 정부는 국민 수용성을 고려하면서도 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자본시장 등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할 수 있는 세제 방향을 고민 중이다. 이를 위해 부동산 세제 운영 방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세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